애니 정보

신세기 에반게리온 애니소개

뤼케 2020. 12. 15.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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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1995년 10월부터 1996년 3월까지 총 26화로 방송된 오리지널 애니메이션과 이후 파생된 미디어 믹스. 보통 ‘신세기 에반게리온’이라고 하면 1995년작 애니메이션을 말한다.[5]

장르는 로봇물이나, 파격적인 연출과 내용을 통해 방영 당시 이례적인 상업·비평적 대성공을 거두며 감독 안노 히데아키와 1990년대 당시의 일본 애니메이션을 대표하는 작품이 되었다. 일본 애니메이션 역사에서 《우주전함 야마토》, 《기동전사 건담》의 뒤를 이은 제3차 애니메이션 붐을 일으켰다고 평가된다.[6]

1995년작의 제작사는 가이낙스, 구극장판은 가이낙스와 Production I.G의 합작, 신극장판은 스튜디오 카라가 제작 중이다. 당시 안노 히데아키가 각본을 쓰고 총감독을 맡았으며 메카닉 디자인과 캐릭터 디자인, 설정 등에도 관여했다.[7] 본격적인 메카닉 디자인은 야마시타 이쿠토가, 캐릭터 디자인은 사다모토 요시유키가 맡았다. 음악은 사기스 시로가 담당.

에반게리온(エヴァンゲリオン)이라는 제목은 그리스어인 'εὐαγγέλιον(복음, 좋은 소식)'에서 유래했다.[8] 통상 부르는 약칭은 '에바(EVA)'.

 

 

당시 가이낙스와 안노 히데아키의 전작인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가 상당한 상업적 실적을 냈는데도 불구하고 본사의 빚은 청산되지 않았다.[9] 빚이 남은 만큼 결국 후속작을 제작하게 되고 본작의 원안을 스폰서들에게 제출하게 되었다.

전체적으로 어떤 사건으로 세계 인구의 절반을 잃어버린 2015년을 배경으로, 제3 신 도쿄시를 습격하는 사도라는 정체 불명의 존재와 싸우는 거대 병기 에반게리온 초호기의 파일럿이 된 소년 이카리 신지의 이야기를 그렸다. 자세히 설명되지 않는 스토리와 그 이면에 숨겨진 방대한 설정, 뛰어난 영상미와 창의적인 연출, 세기말에 걸맞는 어두운 분위기, 매력적인 캐릭터와 메카 등 다양하고도 복잡한 요소를 가진 애니메이션이다. 원래 열혈물에 가까운 명쾌한 로봇 애니메이션 작품이었으나 점차 지금의 모습으로 변했는데, 당시 감독 안노 히데아키의 우울증이 작품 전반적으로 영향을 미쳤다.

 

줄거리

서기 2000년, 인류는 미증유의 대재앙 세컨드 임팩트에 직면한다. 남극에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소형 운석이 충돌하여 일어난 이 사건은 남극의 얼음을 융해시키고 지구 자전축을 뒤틀었다. 그 결과 기아, 내전, 전쟁 등의 요소까지 겹쳐 세계 인구의 절반이 순식간에 절멸했다.

그로부터 15년의 시간이 흐르고 2015년, 하코네의 지하 요새 도시 제3 신 동경시에는 사도라는 정체불명의 적이 습격해온다. 이 사도라는 정체불명의 적은 세컨드 임팩트에 이어 서드 임팩트를 발생시켜 전 인류를 지구 상에서 없애고자 하였다. 이에 국제 연합(UN)군은 모든 무기를 동원하여 총공세를 펼치나 어떤 수단도 사도에게 피해를 주지 못했고, 모든 작전권을 네르프라고 하는 산하 비밀 조직에 넘긴다. 그리하여 네르프가 꺼낸 사도에 대항할 최후의 카드가 바로 비밀 병기, 에반게리온이었다.

NERV로 온 14살 소년 이카리 신지는 어릴 때 헤어진 자신의 아버지, 네르프 총 사령관 이카리 겐도를 만난다. 처음엔 에반게리온에 타는 것을 거부했지만, 자기 대신 에바에 타야했던 부상을 입은 아야나미 레이를 보고 마지못해 에반게리온의 파일럿이 된다.

이후 신지는 새 보금자리에서 여러 사람들을 마주한다. 에반게리온 때문에 동생이 다쳤다며 다짜고짜 화내며 주먹을 날리는 스즈하라 토우지, 밀덕에 특촬물 마니아 아이다 켄스케, 활달한 성격 뒤로 상처를 숨기고 살아가는 신지의 새로운 보호자인 카츠라기 미사토, 첫 만남부터 정체불명이었던 아야나미 레이, 자존심 강한 소류 아스카 랑그레이 등... 이들과 만나고 겪는 다양한 사건들로 신지는 자신의 정체성에 대해 고민하고, 진실이라는 이름의 거짓에 가려진 이면의 비밀에 한 발짝 다가서게 되며, 최종적으로 세계를 이해하고 내면의 성장을 이룩한다.

 

시리즈

신세기 에반게리온 TVA
1995년 10월 4일부터 1996년 3월 27일까지 TV 도쿄 계열 (TXN) 방송사에서 매주 수요일 저녁 6시 30분부터 7시까지 골든 타임 직전에 방영한 총 26화(2쿨)의 오리지널 TVA.
신세기 에반게리온/만화
소년 에이스에서[11] 1994년 12월에 연재를 시작해 2013년 6월에 14권으로 완결하였다. 캐릭터 디자이너 사다모토 요시유키의 작품으로 연재 개시는 첫 방송보다 시간이 앞섰지만, 만화를 애니화한 것은 아니다. 완성된 기획을 바탕으로 안노와 사다모토가 비슷하면서도 약간 다른 이야기를 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옳다. 안노와 사다모토의 에바는 '에반게리온'이라는 이름 아래 비슷한 세계관·줄거리·사건·캐릭터를 공유하지만, 둘 사이엔 미디어 믹스 간 차별화로 설명할 수 없는 차이점도 명백히 존재한다.
신세기 에반게리온 극장판 DEATH & REBIRTH / 사도신생
1997년 3월 15일에 개봉한 신세기 에반게리온 TV 시리즈 첫 번째 극장판. Death(TVA 내용(1~24화)을 편집한 재구성 - 약 68분)와 Rebirth(EOE Air의 초반부와 겹치는 내용 - 약 28분)로 구성되어 있다.
신세기 에반게리온 극장판 THE END OF EVANGELION Air / 진심을, 너에게
1997년 7월 19일에 개봉한 극장판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으로 약칭 EOE. Air(TVA 25화 - 약 46분)와 진심을 그대에게(TVA 26화 리메이크 - 약 40분)로 구성되어 있다. 에반게리온 신 극장판 발표 이후, 팬들 사이에선 '구 극장판'이라고도 불리우며, 이 극장판까지가 구판으로 「신세기 에반게리온」은 완결을 맞이했다. 공식적인 스토리는 더이상 나오지 않고, 설정만 빌린 외전/평행격 파생작들이 나오고 있다.
에반게리온 신 극장판
2007년 6월 안노 히데아키의 성명문 발표 후, 2007년 9월부터 개봉한 신세기 에반게리온의 리빌드[12] 4부작으로 예정된 극장판 시리즈. 2007년 에반게리온: 서, 2009년 에반게리온: 파, 2012년 에반게리온: Q가 각각 공개되었다. 신 극장판 첫 번째 에반게리온: 서가 개봉할 즈음엔 리메이크정도로 취급되었지만, 이후 시리즈가 계속되면서 구판과는 노선을 달리하는 새로운 원작을 써나가고 있다. 2018년 7월 26일, 3편 Q 개봉 이후 무려 6년 만에 공식적으로 최종편 신 에반게리온 극장판:∥가 2020년 6월 개봉으로 확정되었으나 코로나로 인해 2021년 1월로 연기되었다

 

감상 순서

에반게리온 시리즈에 입문하는 사람들이 "신 극장판만을 봐도 되는가?", "아니면 TV판과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을 봐야 하는가?"에 대해 고민하는 일이 정말 많은데, 신 극장판의 구성 자체가 TV판(구판)과의 미묘한 차이가 불러일으키는 나비효과에 집중하고 있기 때문에 아무래도 구작을 보고 신 극장판을 보는 편이 좋다.

DEATH & REBIRTH(사도 신생)은 내용 대부분이 기존 TV판의 총 편집편이기 때문에 생략해도 무방하다.
구 시리즈
영상물(원작)
신세기 에반게리온 TVA[13] → DEATH & REBIRTH → EOE Air / 진심을 너에게
만화판(1~14권)[참고]
신 극장판
에반게리온: 서 → 에반게리온: 파 → 에반게리온: Q

 

제작

1987년 가이낙스는 야심차게 준비했던 왕립우주군을 말아먹고 1988년 미소녀 로봇 애니 톱을 노려라!, 1990년 신비한 바다의 나디아를 만들었다. 이 두 작품이 이후 에바 제작의 초석이 되었다. 그럼에도 나디아를 제작하며 벌였던 기행과 깽판들 덕분에(...) 기획 단계부터 난항을 겪었으며 선뜻 나서는 스폰서가 없어 스타트도 못 끊을 뻔했다. 카도카와 쇼텐이 나서 TV 도쿄를 끌어들이면서 가까스로 제작이 성사되었다. 이러한 고생 끝에 도입된 것이 지금의 제작위원회 시스템이다.

당시는 애니메이션 시장이 둘로 나뉘어 있었다. 대중, 저연령층 대상 TV판 애니메이션은 저퀄러티로 제작하면서 스폰서를 통한 관련 상품 판매로 수익을 올렸고, OVA는 고퀄러티의 작품을 만들어서 오타쿠 대상으로 소프트 판매 수익을 올렸다. 그러나 에바는 제작 위원회 방식을 통해 TV판 애니메이션으로도 기존 OVA 시장 수요자들을 만족시켰다. 이 모델을 본받아 2쿨 단위로 방송하는 고퀄러티 TV 애니메이션이 많이 만들어지기 시작하며 이러한 흐름은 21세기 매니아를 대상으로 하는 심야 애니메이션 시장으로 이어진다.

현재의 하늘을 찌르는 명성에 비해 제작비는 그리 많지 않았다. 애니 제작에 일가견이 있는 TV 도쿄에서 나디아 시절에 스케줄을 밥 먹듯이 펑크낸 가이낙스 조련을 위해 적지도 많지도 않을 정도로 타이트한 예산을 책정해 주었던 것. 카도카와 쇼텐이 그동안 스폰했던 애니메이션의 평균치라는 말도 있다. 하지만 15화 부근에서 결국 예산이 바닥났고, 그 뒤로는 해외 하청과 정지 화면 연출 등, 그야말로 눈물 겨운 노력으로 겨우 일정을 맞추었다. 다만 한국에선 이것에 대해서 잘못 알려진 게 많다. 흔히 해외하청을 줘서 작붕이 생겼다거나 하는 건 그냥 작화감독이 딴 사람이라 그림체가 바뀌어서 그런 게 많다.[16] 대표적으로 코가와 토모노리 담당 에피소드가 이런 소리를 많이 듣고 있으며후반부 예산 땜질로 시도된 연출은 정지화면 연출로 떼우는 경우가 많았다.

그 외에도 성우 출연료를 아끼기 위해서 주역 성우들이 온갖 엑스트라 연기까지 다 했다. 단적으로 아야나미 레이 성우를 맡은 하야시바라 메구미는 펜펜과 폭주 초호기부터[17] TV 배경음, 지나가는 엑스트라까지 연기했다. 다른 성우들도 마찬가지.

안노 회고에 따르면 원래 가이낙스에서 만들 생각이 없었다고 한다. 다른 제작사에 외주 가서 만드는 식으로 만들 생각이었다고. 메인 스폰서로서 제작위원회를 만들어 준 킹 레코드의 임원도 그걸 원했다고 한다. 하지만 당시 가이낙스 사장이었던 사와무라 타케시(澤村武伺)한테 털어놓았더니 "우리가 만들고 싶다"라고 대답했다고. 결국 가이낙스랑 같이 작업했다고 한다.

 

저예산을 티내지 않는 연출

에바를 보면 반복하여 사용할 수 있는 장면만 고퀄로 제작해놓고 그 외의 부분은 화면을 얼굴로 채우고 입만 움직인다거나, 정지 화면에 배경만 작고 조용히 움직인다거나, 순간 스쳐가는 컷인 형식으로 땜빵해 놓은 경우가 많다. 화면과 화면 사이를 이어주는 움직임이 필요한 장면에선 몽타주 기법으로 순식간에 다른 장면으로 전환을 해서 움직임을 묘사하지 않는다. 동화를 최대한 아끼는 데자키 오사무나 이쿠하라 쿠니히코 식 연출법을 사용했다. 애니메이션의 제작비는 셀의 컷수에 비례하므로 이렇게 움직임을 최소화하면 제작비를 아낄 수 있다. 에반게리온은 대신 이렇게 아낀 컷수를 액션 신에 몰아줘서 액션 신에서는 OVA에 준하는 원동화 컷수를 사용했으며 움직임이 적은 장면의 원화의 질을 올렸다. 그러니까 클라이막스 1분에 몰아주는 애니메이션이다. 안노는 이쿠하라 쿠니히코가 미소녀 전사 세일러 문에서 평상시에는 정지샷으로 다 떼우다가 시덥잖은 장면에 풀프레임을 써버리는 것을 보고 로봇 애니메이션에도 저런 걸 해보면 좋겠다는 구상을 했다고 한다. 그래서 일명 로봇 애니메이션 판 세일러 문.[18] 모르는 사람들이라면 원화의 질이 높고 액션 신은 고퀄이라 이런 수법이 사용됐는지도 눈치채기 힘들다.

하지만 역설적으로 이런 연출 형식이 가이낙스와 에바를 대표하는 트레이드 마크처럼 여겨지기도 했고, 실제로 좋은 연출로 극복하여 찬사를 받은 경우도 있는데 이러한 경우는 다음과 같다.
이카리 겐도 특유의 깍지 낀 손으로 인중을 받치는 포즈. 말하는 장면에서 움직이는 입을 보여주지 않고 동화를 줄였으며 남과 단절된 캐릭터의 성격도 연출했다.
아스카와 레이의 엘리베이터 장면. 정지 화면에 엘리베이터가 움직이는 효과음만 나오기 때문에 TV를 통해 본방을 실시간으로 시청하고 있던 시청자들 중에는 방송 사고로 생각한 경우도 있었을 정도이다. 역시 레이와 아스카 사이의 보이지 않는 벽을 잘 연출했으며 화면의 움직임은 없지만 효과음 때문에 움직이는 것 같은 착각을 준다.
전설의 에반게리온 초호기가 나기사 카오루를 1분가량 붙잡고 있는 장면. 배경에 베토벤 교향곡 9번 4악장이 흐르며 나기사 카오루를 죽이고 싶지 않았지만 죽일 수밖에 없었던 이카리 신지의 고뇌를 간접적으로, 역설적으로, 그리고 효과적으로 표현했으며 그동안 움직이지 않기 때문에 대량의 컷을 절약할 수 있었다.
명조체 자막으로 화면 전체가 점철된 연출은 에바에서 많이 사용하여 이제는 안노 히데아키가 참여하는 대부분의 작품에서 쓰이게 되어 안노의 색채를 잘 드러내게 된다. 스튜디오 카라 홈페이지도 명조체 기반의 서체를 사용하여 나타내고 있다. 작중에 사용된 명조체 폰트는 일본 폰트제작사 폰트웍스의 마티스-EB와 마티스-UB이다. 에반게리온 대히트 이후 이 폰트들은 "에바폰트"라는 별명으로 더 유명해졌으며, 지금도 인기폰트로서 일본에서 애용되고 있다. 폰트에 일가견이 있는 동시에 애니메이션에도 관심이 있는 사람들 사이에서는 잘 알려져 있기에 한국에서도 역시 구하려는 사람이 종종 있지만, 이 폰트는 단 한번도 무료로 공개, 배포된 적이 없으며 현재까지도 단일 폰트로서는 꽤 고가에 판매되고 있다. 한국에서 이 폰트를 구하려면 신용카드를 이용한 해외구매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는 상황이다.

하지만 후반 일정 관리에 완전히 실패한 것은 도저히 변명할 여지가 없다. 19화 이후 이러한 연출은 극에 달해 아라엘과 아르미사엘전을 방영판으로 보면 사도 이외에는 화면 상에 거의 움직이는 물체 자체가 없는 지경이다. 이것은 고의적인 연출이 아니라 일정 파탄으로 인한 작붕의 일종이다. 결국 22, 23화는 추후 비디오/DVD판을 낼 때 다시 새로 만들다시피 했다.

다음 화 예고의 경우 23화부터 콘티를 촬영한 모양새로 변하더니 마지막 26화에서는 급기야 대본을 찍어서 내보냈다. 그야말로 궁극의 예고편. 수정된 비디오 판 24화에는 TV판 25화가 아닌 극장판 25화 AIR 예고편이 들어갔는데, 여기선 마치 후반부의 안습 예고편들이 컨셉이었다고 주장하듯이 후반 예고편의 스타일을 답습한다. 그래봤자 알 사람들은 다 알지만.

에바는 이렇듯 저예산으로도 높은 수준의 영상을 보여주기 위한 연출법을 모두 총동원한 작품이며 안노 히데아키가 연출계에서 거장으로 꼽히는 것도 이러한 연출을 하나의 스타일로 승화시켰기 때문이다.

 

리얼리즘

이 작품은 대사로는 제대로 된 정보를 주지 않는다. 태도나 표정으로 전달되는 정보가 더 많다. 예로 이 작품은 어떤 캐릭터가 이카리 신지를 좋아하는데 좋아한단 말을 하지 않으며 태도의 변화로만 이를 눈치챌 수 있게 해놨다. 이런 걸 설명해주는 나레이션이나 캐릭터도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19] 현실과 마찬가지다. 만약 이렇게 행동하는 사람을 겪어보지 않았다면, 사람의 심리가 제대로 이해가 안 된다면 이런 부분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된다.

전투 신도 리얼리즘을 추구했는데 전투 신 중에 에반게리온의 형태가 데포르메되거나 일그러지는 경우가 거의 없다. 원래 디자인 그대로 화면에서 움직이고 있는데 이 때문에 이 작품의 전투신은 애니메이션이라기보단 특촬물 (중에서도 울트라맨) 같은 느낌을 준다. 배경 또한 굉장히 디테일하게 그린다. 이렇게 그리는 건 원래 TV 애니메이션의 일정과 제작비를 생각하면 있을 수가 없는 일이지만 위에서 말한 대로, 다른 장면에서 동화와 예산을 아꼈기 때문에 이런 투자가 가능했다.

극적인 장면에선 음악을 사용하지만 일상 장면에선 음악 대신에 저녁매미 소리, 기차 소리 같은 생활음을 넣는 장면이 많다.

이렇게 SF지만 진짜 현실같은 연출을 함으로서 시청자의 몰입도를 최대한으로 끌어들인 것은 에반게리온의 최대의 특징이다. 그래서 현실에 대한 경험이 부족하면 전혀 이해할 수 없는 점이 많다. 실제로 옛날에는 아주 간단한 연출도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이 있기도 했고 같은 장면에도 의견이 천차만별로 나뉘는 경우가 많았는데 시청자들의 나이대가 예전보다 올라가고 인생 경험이 쌓이면서 다시보고 이해했다는 사람들도 많이 늘어나고 있다.

에반게리온 신극장판의 경우는 TV판과 반대로 애니메이션에서만 가능한 과장 연출을 적극 사용하고 있는데 이 때문에 TV판이 더 낫다고 하는 사람들도 있다. 실사 드라마, 영화에 익숙한 사람들은 보통 TV판을 더 높게 평가한다.

 

설정과 해석

《스타워즈》/《반지의 제왕》과 같은 서양권 SF/판타지 인기작들, 혹은 환상향 / 타입문 세계관 같은 오타쿠 계열 인기 세계관에 비하면 에바 세계관과 설정의 분량은 많은 편이 아니다. 예로 인류보완계획에 대한 공식 설정 자료의 설명은 채 1페이지도 되지 않으며 롱기누스의 창 같은 건 문장 몇줄이 고작이다. 구판 에바의 시간적 배경은 2015년, 공간적 배경은 제3신도쿄시, 등장인물은 이카리 신지와 그 주변인들로 철저히 한정되어 있으며, 이 모든 게 TV판 26화와 극장판 2개라는 상대적으로 적은 분량에서 제시된다. 참고를 하려고 아무리 긁어모아도 설정집/콘티 몇 권에 제작진들의 몇 마디를 뺀 나머지는 그대로 대입하기 어려운 파생작들이나 출처가 불분명한 뇌피셜이기 일쑤다.

하지만, 적은 분량만 보고 얕보고 접했다간 큰코 다친다. 신세기 에반게리온은 설정의 분량보다는 '시청자와의 밀당'으로 승부한다. 물론 단서는 주긴 하지만, '은폐된 진실의 폭로'라는 테마에 충실하여 워낙 미묘하고 눈에 띄지 않게 제시된다. 초호기가 신지가 의식을 잃어도 멋대로 움직이는 이유를 설명하는 게 고작 대사 몇 줄과 설명도 없는 과거 영상이라거나. 심지어 극중에서 자주 언급되나 정작 그게 도대체 뭐하는 물건인지는 설정 상으로만 존재하고 극중에서 나오지 않는 단서들도 있다. 대표적으로 사해문서는 제레나 이카리 겐도 등의 대사 중 언급되기는 하지만 그게 뭔지 일언반구도 없다.

그저 이들의 대사로 말미암아 '극중에서 벌어지는 일들의 배후에 있는 어떤 문서' 정도의 추론만 가능할 뿐. 설명충, 말 많은 악당 등과 같은 인위적인 요소마저 거의 없기 때문에, 이러한 단편적인 정보에 집중하면서 머릿속에서 추론하고 재구성하는 노력을 거치지 않는다면 어느 순간부터 등장인물들 못지 않게 시청자들도 혼란에 빠지게 된다.

탄탄한 기본기를 바탕으로 한 시청자와 적절한 밀당을 할 수 있다는 건, 곧 씹고 뜯고 맛보고 즐기기 좋다는 뜻이다. 처음 내용을 볼 땐 혼란스럽지만, 어쩌다보니 위키로 설정을 알면서 놀라고, 재탕을 돌리니 해석이 들어맞아 감탄하고, 삼탕을 돌리면서 새로운 복선을 발견하고, 가설을 세운 다음 사탕을 돌려 검증하다보면 어느샌가 매력을 느껴 이 작품에 빠져든다. 이런 연유로 인터넷에 작품을 본 팬들의 해석들이 넘쳐나는 것이다. 당장에 나무위키에서 신세기 에반게리온과 관련된 문서들을 확인하면 하나같이 짧은 내용의 문서가 단 하나도 존재하지 않을 정도로 매우 긴 내용이 서술되어 있다.

인터넷에 여러 해석이 돌아다니지만 이것들도 어디까지나 개인 연구다. 당장 많은 해석들을 찾아보면 겹치는 부분은 있지만 세부에서 다르며, 또 다른 글을 찾아보면 그것도 다를 것이다. 설정이 모호해서 어쩔 수가 없다.

하지만 애매모호한 설정과 그것을 어떻게든 이어내고 보완하려는 팬들의 노력은 양날의 칼과 같아서, 높은 진입 장벽으로 작용해, 인기를 끌어모으는 데 방해가 될 수도 있다. 새로 접하려는 팬들에게 있어서는 "아니 이거 왜 이렇게 복잡해요. 전 안 볼래요." 같은 현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로 에반게리온에 별 흥미를 느끼지 못하는 사람들은 너무 어렵다는 것을 이유로 든다. 과거에는 이런 사람의 숫자가 적고 설정 분석에 흥미를 느끼는 사람들이 더 많아서 에반게리온의 팬은 점점 늘어났지만, 이런 식으로 깊게 작품을 분석하기보단 가볍게 느끼고 소비하고 지나가는 것이 현 세대의 트랜드가 되면서 에반게리온의 팬덤은 점점 축소되고 있고, 에바 팬 사이에서도 좀 더 에반게리온은 그렇게 복잡한 작품이 아니라는 걸 강조해야 하는 거 아닌가하는 내부 비판도 일어나고 있다.

사실 에반게리온은 이해하기 어려운 작품이긴 해도 절대 복잡한 작품은 아니다. 구성 자체는 왕도 로봇 애니메이션 내지 특촬물에서 차용하였고, 또한 작품이 너무 충격적이고 우회적인 묘사가 많아서 그렇지 사실 잘 따져보면 시리즈 전체가 기승전결과 발단-전개-위기-절정-결말의 구성을 완벽히 따르고 있다. TV판은 물론이고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도 인류보완계획까지의 부분이 절정이며 그 뒤로 완벽히 표면적 갈등이 해소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신극장판 역시 내용이 많이 뒤틀렸을 뿐 서부터 Q까지 TV판의 큰 흐름을 완벽히 따르고 있다.[21] 신지라는 인물의 개인 감정과 서사에 집중하면서 보면 위에 언급된 설정들은 사실 전혀 신경쓰지 않아도 내용 이해에 지장이 없게 구성되어 있다. 설정 해석은 작품을 다 보고나서 더 오랜시간 즐길 수 있게 놀이거리를 제공하는 엔드 컨텐츠에 가깝다.

무엇보다도 인간과 인간관계에도 초점을 맞추고 있다. 현실적인 캐릭터 조형과 표현, 캐릭터 사이의 관계와 이에 대한 표현 및 연출은 매우 섬세하고 치밀하며 은유적이다. 정지컷이나, 주인공들의 미묘한 표정 변화, 그리고 장면의 배치(미장센) 등으로 정말 주의깊게 보지 않으면 발견하기 힘든 요소들을 많이 숨겨놓았다. 소설이나 실사 영화라면 모를까, 고된 인력과 한정된 예산, 스폰서 등으로 제약이 많아서 작품의 섬세함을 신경써가면서 제작하기가 힘든 일본 애니메이션에서는 이만한 작품을 찾기 어렵다.

 

방영 당시

TV판이 방영을 시작하고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이 극장에 걸릴 때까지 에바와 경쟁하는 일본 애니메이션 라인업은 결코 만만치 않았다. 《신기동전기 건담 W》, 《미소녀 전사 세일러 문》 시리즈, 《기동전함 나데시코》, 《슬레이어즈》, 《소녀혁명 우테나》 등등 지금도 회자되는 작품들이 부지기수. 하지만 상업적 흥행과 비평 모두에서 에반게리온을 넘어서는 작품은 없다. 이를 증명하는 씨네21 제95호 기사와 방영 당시 TV 애니메이션 인기 순위. 방영되었던 시절, 애니메이션 그랑프리 순위에서도 1위로 기록되어 있다.

수요일 저녁 6시 반에 시작한 본방은 첫화부터 6.8%, 마지막화는 10.1%를 기록하여 평균 7.1%를 기록했다. 이러한 수치는 오리지널 TVA로서는 굉장히 높다.[31] 재방은 그만큼에 미치지는 못했으나 시간대가 너무 구렸다. 일요일 새벽 2시 45분부터 4시 45분까지라 보려면 매주 밤샘을 각오해야 했으니.

 

방영 후

신세기 에반게리온이 방영되기 전에는 89년 미야자키 츠토무 사건으로 인해 오타쿠들은 음지로 들어간 상태였고 어린이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TV애니메이션이 명맥을 이어오는 정도였다. 그 이전에도 모에, 코스프레, 오타쿠 같은 개념이 있었지만[32] 쑥 들어가 있었고 방송에서도 자주적인 표현 규제가 이루어지고 있었다.[33] 그러나 에반게리온의 히트로 다시 자극적인 작품이 인기를 얻고 제작되는 기반이 만들어졌으며 이런 작품을 좋아하는 오타쿠 팬층이 다시 뭉치기 시작하였다.[34]

《사자에상》이나 《마루코는 아홉살》, 《도라에몽》 등이 일본 전 국민에게 인기 있는 애니메이션이라면, 신세기 에반게리온은 오타쿠들에게 인기가 높다. 그러나 오타쿠끼리의 찻잔 속의 태풍으로 끝나진 않았다. 《우주전함 야마토》, 《기동전사 건담》의 뒤를 이은 제3차 애니메이션 붐을 일으킨 선두주자로 일반 대중들에게 사회 현상으로 알려지고 수용되었다. 일본 미디어 예술 100선에 시대와 장르를 통틀어 애니메이션 부문 1위로 선정된 것에도 이유가 있다. 신세기 에반게리온이 방영되었던 시절, 애니메이션 그랑프리 순위에서도 1위로 기록되어 있다.

《신세기 에반게리온》은 2007년까지 1500억 엔의 수입을 올렸으며 만화판 완결(2014년), 블루레이 박스 발매(2015년), 신극장판 완결(미정)로 추가로 벌어들일 수입은 추정하기조차 힘들다. 2015년 기사에 의하면 에반게리온 모에파치가 크게 성공한 덕분에 15년간 150만 대를 판매하여 모에파치 판매만으로도 6,000억 엔 이상의 매상을 올렸다고 한다.#

VHS, 레이저디스크, DVD, BD를 통틀어 200만 부를 팔아치웠다. 블루레이 발매전에는 160만 부였었고 이는 블루레이가 없었는데도 시대와 장르를 통틀어 TVA 소장 매체 총판매량 1위를 뜻한다. 권당 판매부수 역시 평균 203,549부로 역대 1위다.[35] 2014년도까지는 평균 174300부로, 175200부의 The World of GOLDEN EGGS에게 근소하게 밀렸으나 2015년 8월 블루레이가 발매되면서 첫 주만에 20만장을 돌파했다. 따라서 TV애니메이션 중 유일한 평균 20만장대 애니메이션이다. 실제로 건담 SEED, 코드기어스, 강철의 연금술사같이 초대박친 애니들도 최대한 평균 몇 만장이며 평균 10만 장이 넘게 팔린 경우는 거의 없다.

또한 극장 수익과 DVD 판매량 모두에서 스튜디오 지브리에 비견되는 성과를 올리는 유일한 TV 애니메이션이다. 《드래곤볼》과 《포켓몬스터》처럼 일반 대중에게까지 널리 알려지는 TVA는 더러 있지만 주 관람 연령층의 차이로 관객수가 높아도 DVD 판매량은 안나오거나 그 반대인 경우가 많다. 물론 여기서 지브리급이라는 것은 지브리 애니들 중 중간 성적 정도와 비슷하다는 것으로,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같은 역대급 작품들은 그 어떤 애니메이션과도 비교를 불허한다.

사도신생은 14억, 구 극장판(EOE)은 45억, 서는 20억, 파는 40억, Q는 55억 엔이라는 기록적인 흥행성적을 거두었다.[36] Q는 2011년 12월 ~ 2012년 11월 1년간 일본에서 개봉한 모든 영화 중 흥행 순위 4위였다. 파는 연 9위. 관객수는 각각 150만 명, 300만 명, 383만 명 이상. 50억 엔 이상의 흥행 성적은 스튜디오 지브리 작품들 중에서도 8작품 뿐이다. 서의 흥행성적이 유독 적은 이유는 85개라는 비교적 적은 스크린에서 개봉했기 때문이다.[37] 그럼에도 85개라는 많지 않은 스크린으로서는 일본 영화계 최초로 주말 흥행 1위를 달성해 후속작들은 당연히 더 많은 스크린에서 개봉하였다. 파는 120관, Q는 224관.

BD/DVD 판매량은 서, 파, Q가 각각 58만 장, 84만 장, 58만 장씩 판매고를 올려 역대 일본 극장판 애니메이션 판매량 순위에서 10위권 안팎에 포진해있다. 에반게리온 위에는 지브리 작품밖에 없다. TV 애니메이션 극장판 중에서는 압도적인 차이로 단독 1, 2, 3위를 차지하고 있다. 참고

수없이 발매된 각종 파생작들과 관련 상품들도 에바의 후광을 등에 업고 큰 성공을 거두었다. 아직까지도 쏟아져 나오고 있는 것이 가장 좋은 증거. 신세기 에반게리온/만화는 2012년 기준 2300만 부를 돌파했다. 권당 판매량 200만 부에 근접한 기록이다. 2012년 기준 권당 판매량 200만 부를 넘어선 일본 만화는 12작품에 불과하다. OST도 300만 장을 팔아치우면서 업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특히 오프닝인 잔혹한 천사의 테제는 현재도 방송이나 스포츠 응원가 등, 곳곳에서 많이 쓰일 정도이며 2010년 기준으로도 매년 가라오케 종합 순위에서 10위 안에 드는 유일한 20세기 노래라고 한다.

전 세계적으로도 히트를 기록해 유럽, 북미, 남미, 동아시아 등 다양한 문화권에서 히트를 기록했다. 제작 스태프 인터뷰에 따르면 바티칸 교황청 호위병도 에바를 알 정도였다고 한다. 의외로 엄청난 인기를 끄는 나라가 러시아이다. 러시아에서는 이 작품을 종교적으로 해석하는 것이 기본적이라 패러디 작품이라는 소리를 했다간 혼줄이 날 수도 있다고 한다.

대만, 홍콩 등지에선 신세기 복음전사란 제목으로 수입되었다. Evangelism을 생각해 보면 틀린 것은 아니지만 중화권 밖에서 보면 뭔가 대단해보인다는 평(…). 물론 신극장판도 '복음전사: 서', '복음전사: 파' 이런 식. 여담으로 예매 특전이나 극장에서의 기념 상품 판매 등은 한국보다 이쪽이 더 활발하다.

패러디도 많았는데, 당시 같은 게임업계에서 에반게리온이 뚜렷히 패러디된 사례로는 더 킹 오브 파이터즈 시리즈중의 오로치 사가 후기작이 손꼽힌다. KOF 96에서 레이 분위기가 느껴지는 군인이나 겐도 닮은 끝판왕의 등장으로 점점 가시화되더니, 아예 에반게리온 폭주를 오마주한 선택가능한 중간보스를 보면 빼도 박도 못하다. 심지어 마리오 시리즈까지 영향을 미쳤는데 슈퍼마리오 RPG의 무슨 생각 하니에서도 본작의 입담이 많이 차용되었다

 

평가

일본 내의 미야다이 신지와 아즈마 히로유키부터 시작해서, 해외의 수많은 평론가들도 에바라는 사회 현상과, 에바 그 자체에 대해서 평을 남겼다. 공통적인 평은 메카 장르의 해체.

1990년대 일본 버블 경제가 끝나고 시작된 경기 침체와 임금동결, 효고현 남부 지진이나 옴진리교 사린 테러 사건을 통해 일본에서는 "우리의 미래는 밝은 게 아니라 더 절망만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비관적인 속칭 '세기말 정서'가 만들어지기 시작했는데 에반게리온은 이 비관적인 정서를 담은 최초의 대히트작이다. 어른들이 만든 고통을 떠맡게 된 후세대들은 누구에게도 의지하지 못한 체 고독과 절망으로 물들은 자기폐쇄의 길로 들어가게 된다. 에반게리온은 그러한 이들에게 TV판 1~24화, 엔드 오브 에바를 통해서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의 고통을 피해 인류보완을 실행할 것인지, 아니면 서로의 AT 필드를 유지하며 함께 살아갈 방법을 찾을 것인지에 대해 계속된 질문을 한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이카리 신지가 EOE 마지막에 정한 함께 살아가고 싶다는 선택에 대한 심리적 배경이 바로 TV판 25, 26화의 오메데토 장면으로 대표된다. 그 최종목적지는 신지 본인이 원하고 바라던 자신만의 만들어진 세계인 '환상 속 무대'를 깨고 세상에 나아가 주변인들에게 박수를 받는 것이었다. 그건 신지 이외에도 에반게리온을 보고 이 세상에 나올 수많은 신지들에게 보내는 격려와 축하의 박수인 것. 그 직후에 검은 화면과 함께 나오는 "모든 칠드런들에게, 축하합니다."라는 문장에서 직접적으로 제시된다. 앞서 말해졌던 양자택일의 질문과 그 질문의 선택에 따라 우리의 신세기는 많이 달라질 것이며 그 신세기를 만들어나가는 것 또한 결국 우리들이라는 걸 에바는 모두에게 전하고 있다.

희망없는 현실이 지금도 크게 바뀌지 못했고 오히려 한국을 비롯해 세계적으로 확산되었기 때문에 에반게리온은 지금도 새로운 세대들에게 공감과 지지를 받고 있다. 그런데 이 작품은 결말에서 그런 것에서 빠져나와야 한다는 메세지를 제시했지만 너무 난해하게 제시한 데다 이러한 비관적 정서에 공감한 팬들이 더 많았기 때문에 이 작품 팬들에겐 그 메세지는 그렇게 중요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안노가 이 작품 이후로 오타쿠(정확히는 아싸) 비판을 강하게 한 것도 이러한 배경이 있다.

같은 업계의 거장들에게선 그다지 좋은 평가를 받지 못하고 있다. 토미노 요시유키는 드라마의 부재를 지적하거나 이런 우울하고 희망도 없는 작품을 받아들이는 세상에 문제가 있다고 발언하는 등 상당히 비판적인 입장이다. 결국 브레인 파워드를 만들어 공식적으로 안티 선언을 했다. 미야자키 하야오 동영상 링크 (1:48부터), 오시이 마모루도 보고 '연출력 빼곤 내용이 없다', 오리지널이 하나도 없고 다 무언가를 따라한 것이라고 비판하였다.

이들의 말대로 에바는 다른 매체의 영향을 크게 받았다. 실제로 안노 히데아키는 어렸을 때부터 받아온 모든 작품들로부터 영향을 받아 만들었다는 인터뷰를 했다. 전설거신 이데온은 에바 초호기의 폭주신이나 극장판 마지막 결말[39]에 많은 영향을 주었고 기동전사 건담은 이카리 신지와 이카리 신지의 주위 사람들의 인물 관계에 영향을 끼쳤다. 장면 연출은 울트라 시리즈 (특히 짓소지 아키오 감독 연출 분)를 연상시키는 부분이 많다. 제3신도쿄시의 건물들은 특촬물의 미니어처를 닮았고, 거대한 인간의 형상을 한 에반게리온이 정기적으로 오는 미지의 괴수와 싸우는 전개, 활동 시간의 제약, 고양이등 처럼 굽은 자세, 여러 대원들의 힘을 모아 이겨내는 전개 등이 이러한 면모를 잘 보여준다.그 외에는 데빌맨, 마징가Z, 우주전함 야마토, 미드 UFO, 모로호시 다이지로 만화, 유년기의 끝을 연상시키는 점이 많다.

이렇게 오리지널리티는 떨어지는 작품이지만(하지만 주 시청층이 10대 청소년인 것을 생각해본다면 그들이 에반게리온에 영향을 준 과거 명작들을 미리 접했을 가능성이 적기에, 충분히 신선하게 다가올 수 있었으며 실제로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켰다. )저 작품들에서 좋은 연출만 뽑아와서 시청자들의 시선을 끌어들일 수 있는 영상을 만들어낸 점은 높게 평가할 수 있다. 사실 한국에선 많이 간과되는데 에반게리온이 인기를 끌 수 있었던 최대의 이유는 안노 히데아키의 연출력과 가이낙스의 애니메이터들이 만들어내는 영상미에 있었다.

이 문항 위에 쓰여있듯 에반게리온은 거대로봇 만화라는 장르에 상당히 큰 변화를 가져왔다. 에반게리온 이전의 로봇만화는 용자 시리즈나 엘드란 시리즈를 위시한 주로 저연령층 타겟의 슈퍼로봇이 주류였다. 지구를 침략하는 악당과 이에 맞서 싸우는 정의의 용사들의 싸움을 그리며 단순하지만 어린아이들이 이해하기 쉽고 난해하지도 않다. 수익 역시 아이들이 가지고 노는 장난감의 비중이 높았다. 그러나 에반게리온 이후로 로봇만화 장르도 과거와 달리 오타쿠층을 겨냥한 작품이 생겨났으며, 수익의 구조도 DVD나 굿즈 등 오타쿠층을 겨냥한 제품들이 생겨나고 있다.

 

난해한 작품이해

인기있는 작품이지만 주인공들에 대한 독백 분량이 많고 스토리라인이 난해하여 시청자들이 작품을 이해하기 어렵다는 게 주 평이다. 하지만 본작품이 신지 입장에서 코즈믹 호러에 가까운 작품이라는 것도 인지하고 작품을 즐길 필요가 있다. 해석할 수 없는 현상에 대한 공포가 중심이므로 해석이 안 되더라도 어느 정도는 넘어가야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떡밥 해석은 개인의 자유지만 일단 작품의 내용과 분위기를 즐기고 떡밥을 해석하는 것은 엔드 컨텐츠가 되어야 정상인데 떡밥부터 해석하려고 드는 사람들이 많다. 그렇게 되면 당연히 이해가 안 된다. 사실 코즈믹 호러가 장르로서 보편화된 현대에는 이런 작품이 나와도 모든 것을 해석하고 이해하려고 하는 경우는 별로 없으며, 새로 유입된 젊은 에바 팬들도 그렇게 떡밥 해석에 연연하지 않는다.

극중에서 신지가 다른 등장인물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잘 모르겠고, 무슨 일이 벌어지는지 모르겠고,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 몰라서 고민하고 방황하는 인물이므로 오히려 이해가 안 되는 상태로 보는게 신지란 인물의 상태에 몰입하면서, 방영 당시의 에바 시청자들과 동일한 시선에서 볼 수 있는 올바른 감상법일지도 모른다. 애초에 당시에 제대로 이해하고 시청한 사람들이 얼마나 되겠는가. 이해가 안 된 상태로 봐도 재밌으니까 지금도 이 정도로 인기가 유지될 수 있는 것이다.

 

한국에서

대한민국에 오타쿠를 퍼트린 장본인. 물론 70, 80년대에도 오타쿠 문화를 향휴하던 소수계층이 있었으나, 한국에 오타쿠라는 말이 쓰이게 된 계기를 90년대 언론이 '대체 에반게리온이 뭐기에 비행기를 타고 만화를 보러가느냐'는 기사를 내면서 퍼진것으로 본다. 물론 일본에선 오타쿠라는 말이 기동전사 건담때부터 사용되던 말이고, 오타쿠 문화가 보급된것 또한 세계적인 추세기 때문에 에반게리온이 없었어도 한국에 오타쿠 문화가 전파됐을것이다. 하지만 오타쿠 문화가 왜색금지의 장벽을 에반게리온이라는 대문을 열고 진입했다는것 또한 부정할수 없는 사실이라 안노와 에바는 90년대 오타쿠에게 개척자의 이미지로 자리잡았다. 스티브 잡스가 없어도 스마트폰은 개발됐을 것이지만 개척자로 신격화된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될 것이다. 때문에 당시 청소년기를 보낸 사람들을 중심으로 현재도 상당한 팬층을 보유하고 있으며(혹은 본 문서에도 확인할수 있듯이 과평가되었다는 의견을 가지기도하며), 신 극장판으로 새로운 팬도 유입되고 있다.

2020년 들어서 캐릭터 디자이너 사다모토 요시유키가 혐한 발언을 해서 이미지가 안 좋아지고 있다. 거기다 언론에서 이 사실을 잘 알아보지도 않고 보도해서 그가 이 작품을 만든 것처럼 잘못 알려지고 있다. 사다모토는 디자인만 한 사람이다. 그나마 그 디자인도 감독 안노 히데아키가 이렇게 저렇게 해달라고 의뢰해서 나온 결과물이다. 감독이자 각본가인 안노 히데아키는 역사적 망언을 한 적이 일절 없다.[40] 저작권도 안노가 가지고 있고 수익도 다 안노가 받는다.[41] 그러니까 안노로서는 친구 잘못 뒀다가 날벼락 맞은 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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