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니 정보

쿠로코의 농구 애니 평가

뤼케 2020. 10. 17. 15: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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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점

이 작품이 대중적으로 가장 크게 어필하는 요소는 다름 아닌 캐릭터성.

개성적이고 멋진 캐릭터들이 많이 나올 뿐 아니라 세세한 성격 설정이나 각 캐릭터간의 관계와 떡밥에 대해서도 매우 설정이 잘된 편이며 이런 점이 여성 팬층에게 제대로 통했다. 이는 남성들도 인정하는 부분이다. 특히 일반적인 역하렘 혹은 캐릭터 뷔페 스타일의 여성향 작품에 등장하는 남캐들이 아무래도 현실에선 절대 존재하지 않은 판타지를 충족시키는 성향이 강한데 반해서, <쿠로코의 농구>는 어지간한 오토메 게임 못지 않게 다양하고 멋진 기믹의 남성 캐릭터가 많이 나오면서도 캐릭터들의 성격과 심리묘사가 상당히 현실적인데다 대부분 어딘가 모자란 부분이 꼭 있다거나(…)해서 몇몇 캐릭터들을 제외한 대다수의 남캐들이 현실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리얼 남고딩이라는 점이 매력으로 꼽힌다. 무엇보다 캐릭터들이 정말 입체적이다.

특히 캐릭터의 인기가 엄청난 작품이면서도 테이코 편에서 캐릭터들의 인기가 떨어질 것을 감수하고서도 스토리를 관철시킨 점은 상당히 높이 평가받을만한 부분.

작화 면에서는 초기에는 꽤 미숙했고 스포츠 만화치고는 박력이 부족하다는게 크게 마이너스로 작용했지만, 이는 연재가 계속되면서 시간이 흐르면서 점차 보완이 되어서 연재가 궤도에 오른 시점부터는 상당한 수준급의 작화를 보여준다. 특히 인물 작화는 1권과 6~7권 이후를 비교해 보면 같은 사람인가 싶을 정도로 발전.

기적의 세대의 능력과 묘사가 워낙 압도적이라서 간과하기 쉬운 점이지만 사실 그 너무나도 압도적인 존재감이 역으로 일종의 파워 상한선 역할이 되어주고 있으며, 또한 배틀물이나 스포츠 만화에서 흔히 범하기 쉬운 오류인 이 캐릭터 저 캐릭터 마구 나오고 파워 인플레가 폭주하다가 결국 역할 배분이나 파워 밸런스 조정에 실패하는 일없이 처음부터 기적의 세대라는 핵심적인 키워드를 토대로 비교적 짜임새 있게 내용을 전개해나가는 점도 상당히 호평받을 만한 부분.

또한 이 만화를 단지 '쿠로코와 동료들이 기적의 세대와 싸워 이겨서 전국 제패를 노리는 이야기'로서만 볼 것이 아니라 그 라이벌인 기적의 세대가 처음에는 압도적인 재능을 바탕으로 자신의 힘만을 믿으며 독선적인 플레이를 펼치다가 그들의 옛 동료이자 팀 플레이를 중시하는 쿠로코의 세이린과의 대결을 통해서 영향을 받고 점차 팀 동료들과도 소통하는 모습을 보이며 팀의 중요성과 즐거움을 느끼고 정신적인 성장을 보이는 모습에도 주목할 만하다. 특히 키세와 미도리마의 사례에도 보여지듯이 이는 실제 플레이의 성장에도 이어졌는데, 안 그래도 카가미가 상성상 유리하다면서도 버거웠던 미도리마가 팀플레이를 시도하자 아예 답이 없어진 게 대표적인 예.

기적의 세대는 단지 먼치킨스러운 라이벌 캐릭터일 뿐만 아니라 강적이지만 동시에 동료이며 또 다른 주인공이고 그런 그들이 동료의 가치와 승리에 대한 열정을 깨달아가는 모습 또한 이 작품의 중요한 내용인 것이다. 이는 "우정, 노력, 승리"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있는 소년 점프 계열 만화의 왕도라고 할 수 있는 부분이다.

단순한 캐릭터 뷔페 만화로서 폭발적인 인기와는 별개로 좀 심하다 싶을 정도로 저평가되는 경향도 있지만 그렇게만 단정짓기에는 아까운 작품이다. 이런 편견은 굳이 한국에만 있는 것은 아니며 양덕후들에게서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단점

점점 능력자 배틀물이 되어간다는 우려와 함께 몇몇 등장인물들의 스킬셋이 너무 현실성이 없다는 지적을 받는다.

우선 쿠로코의 경우 눈에 띄지 않는다는 성질을 이용한 미스디렉션이 주력인데, 경기 중 하이라이트 필름급의 예술적인 패스와 스틸을 꾸준히 쏟아내는 선수가 '눈에 띄지 않는다'라는 말은 애초에 성립이 될 수 없다. 미스디렉션 오버플로, 베니싱 드라이브, 팬텀슛 등의 기술들 또한 지나치게 어거지 식의 설정들이라 최소한의 현실성을 갖춘 스타일이었으면 어떨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

미도리마의 풀코트 100% 3점은 현실적으로 가장 말도 안되고 있어서도 안되는 능력이라고 평가받는데, 당장 현실 농구에서 역대 최고의 딥3 슈터인 데미안 릴라드조차 30~40피트 롱3 성공률이 43% 정도에서 그친다. 실제 농구에 존재하는 능력이라면 애초에 질 수가 없는 수준으로, 별에 별 능력들이 등장한 쿠농에서 가장 선넘은(...) 능력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아오미네 역시 마찬가지. 누워더웨이 등의 극단적인 터프샷은 상황에 맞춰 옵션으로 가져가는 선수가 현실에 없는건 아니지만, 일부러 골대 뒤로 넘어가 공을 뒤로 던져 넣거나 슛동작이라고도 할 수 없는 동작으로 득점을 하는 기술들은 무리수인게 사실이다. 현실에서 역대 손꼽히는 1대1 스킬과 터프슛을 자랑하는 코비 브라이언트조차 정줄놓은 특정 포제션을 제외하면 저런 괴악한 셀렉션을 가져가지는 않는다.

그 외에도 아카시의 엠페러 아이는 '특수능력이 가미된 농구'라는 선을 명백히 넘어버린 치트 능력이고, 그나마 키세의 카피능력 역시 판타지니까(...) 라고 어찌어찌 넘어가기엔 꺼려지는게 사실이다.

이러한 작품 스타일상의 비현실적인 플레이나 과장된 묘사가 많아서 그런 스타일을 싫어하는 팬들에게는 혹평을 받는다.[17] 작가 인터뷰에서도 <쿠로코의 농구>는 스포츠 만화지만 <슬램덩크>와 같은 리얼계보다는 <헌터×헌터>나 <죠죠의 기묘한 모험>같은 능력자 배틀물의 감성을 가진 작품이라는 언급이 있다. 사실 <슬램덩크>도 100% 리얼계는 아니라지만, 거기 나오는 선수들이 미국 대학농구 NCAA 디비전1 수준이라고 가정한다면 리얼계로 볼 수 있고 작가도 미국 대학농구 수준을 가정하고 그렸다고 한다. 물론 이걸 떠나서 <슬램덩크> 자체는 훌륭한 명작이며, 경기 중의 흐름 자체는 매우 리얼하기에 쿠로코의 농구와는 완전히 다른 분위기가 연출되는 것. 진짜 리얼계를 보려면 동 작가의 리얼을 보자. 완전 리얼해도 재미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 또한 <소라의 날개> 같은 작품은 <슬램덩크> 이상으로 현실적인 농구를 보여주면서도 슬램덩크와의 차별화에도 성공했다. 이런 점을 좋아할 지 싫어할 지는 개인의 취향과 선택에 달린 문제.

또한 장점 항목에서는 작화의 발전이 꼽혀있지만 정작 테이코 과거편 이후로 필력이 갑자기 역변했으며, 마지막 경기인 세이린 VS 라쿠잔 전은 그야말로 작붕파티. 발군의 미모를 자랑했던 미부치가 그 악영향을 특히나 많이 받고있어서 심할 때는 성괴처럼 보이는 참사가 일어난 적도 있다. 후속편인 엑스트라 게임에서는 이게 한층 더 심해졌다. 캐릭터별 작화의 개성이 팍 죽어서 캐릭터들이 미묘하게 구분 안 되게 된 건 덤.

게다가 원래 캐릭터 눈동자 작화 스타일이 죽은 눈과 비슷했는데 어느 시점을 기점으로 아예 죽은 눈이 되어버려 일부 독자의 거부감을 사기도 한다. 죽은 눈은 불쾌한 골짜기와 연관이 깊기 때문에 아무리 개성적이라 하더라도 독자를 온전히 끌어모으기 부적절한 그림체기 때문이다.

작화의 인체구도도 문제가 있다. 연재 초기보다는 나아지긴 했어도 여전히 인체비례는 좋지 않다. 원체 농구 유니폼이 펑퍼짐한 것과 신체구조성 남성이 여성에 비해 롱다리가 되기 힘든 걸 감안하더라도, 다들 한결같이 상체가 길다. 특히 작중 최장신이자 초장신인 무라사키바라(208cm)는 인체비례에 문외한인 사람이 봐도 "이건 좀..." 소리가 나올정도로 허리가 너무 길게 나올 때가 잦다. 무라사키바라뿐만 아니라 대다수의 190cm~200cm대 초장신 캐릭터들이 유독 심한 편. 170cm 중반~180cm대 중장신(?) 캐릭터들과 160cm대~170cm 초반의 단신 캐릭터들은 그나마 좀 낫지만 이마저도 들쭉날쭉해서 결국 도긴개긴.

반면 다리는 너무 짧게 그렸고 전체적인 핏이 정말 끔찍해서 180cm~200cm대 장신 캐릭터들이 전혀 그렇게 안 보인다.[18] 이 외에도 종아리 근육과 사람 얼굴의 측면 각도가, 특히 입이 소닉 더 헤지혹 시리즈 등장인물처럼 시종일관 심하게 뒤틀려있다. 아동용 만화에 가까운 그림체라면 개성이라 볼 수 있겠지만 쿠로코의 농구의 인물 그림체는 현실적인 만큼 얼굴에서 입이 뒤틀려 있다는 건 조금 심한 문제다. 초기에 보여준 작화의 빠른 발전에 비하면 이 부분은 오랜 시간이 지나도 작가의 역량 부족인지 고칠 필요성을 못 느껴서인지 좀처럼 개선될 기미가 없어서 팬들의 아쉬움을 샀다.

그리고 가끔 괜찮을 때도 있으나, 팬들조차 대차게 깔 정도로 사복 센스가 영 좋지 않다. 위에 서술된 허술한 인체비례와 더불어, 옷의 디자인이 지나치게 단조로운데다 바지 통이 너무 넓고 색상 배치까지 형편없다. 이런 단점이 가장 잘 드러나는 캐릭터가 바로 키세. 현역 모델임에도 불구하고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와 맞먹는 끔찍한 패션센스로 악명높으며, 그의 괴악한 패션 아이덴티티의 결정체인 마젠타(Magenta) 시리즈는 팬들 사이에서 하나의 필수요소가 되었다. 허나 사복 디자인과 색상 문제는 애니메이션화 이후 관련 굿즈나 판권 일러스트 등에서 두드러진 문제라서 까려면 애니메이션 제작진을 까는 게 옳다. 근데 원작에서도 가끔 나왔던 사복들이나 몇 안되는 공식 일러스트를 보면 작가의 디자인 감각도 영 좋다고 볼 수 없다. 결국 도긴개긴(…) 하지만 실제로 한국을 제외한 운동부 남고딩들 및 일반인 남성들은 그냥 눈에 띄는 옷을 아무거나 대충 걸쳐입고 다니기 때문에 이런 면에선 오히려 현실반영이 잘 되었다는 의견도 있다. 실제로 대다수의 남성 독자들은 캐릭터들의 사복 센스에 대해 별 다른 문제를 느끼지 못한다. 물론 패션 쪽에 종사하는 사람들 눈에는 거적데기로 보이지만(…) 그냥 일반 남성들이 보기에는 평범한 운동계 남고딩들의 패션일 뿐이다. 사복 센스를 대차게 까는 독자들은 남성들보다 패션에 민감한 여성 독자들이다. 남성 독자들은 이러한 만화에서 개개인의 외모에는 그닷 관심이 없기 때문. 남캐라서 그렇기도 하지만, 배틀물일 경우에는 남성 독자들에게도 남캐들의 외모가 멋진가가 아주 중요하다.[19] 게다가 사복이 별로인 것에 반해 교복은 핏만 제외하면 대체적으로 예쁘다는 평이며, 농구 유니폼도 슈토쿠[20]와 요센의 색상을 제외하면(…) 대부분 호평이다. 하지만 교복은 한번 디자인 하면 끝인고로 본연의 센스와는 그닥 관계가 없을 것이다.

주인공 보정이 너무 심하다는 얘기가 나오기도 한다. 대표적인 예가 윈터컵 토오vs세이린전. 약 10초도 안남은 상황에서 100-97으로 토오가 앞서고 있는 상황에서 카가미가 덩크를 시도하려는 덜떨어진(...) 판단을 했는데, 토오가 분위기에 휩쓸려버렸는지 억지로 막으려 하고 카가미가 키요시에게 패스를 돌렸을 때 3점슛을 쏘는 상황이 아님에도 막으려다가 슛을 내주면서 파울을 해버리더니, 키요시가 자유투를 실패하자 곧바로 덩크하려는 걸 아오미네가 블락했음에도 불구하고 쿠로코가 귀신같이 따라가서 공을 잡고 가속 패스를 사용, 끝내 카가미가 덩크를 성공시키며 어처구니없게 100-101로 세이린이 이기는 상황이 되었다. 사실 조금만 생각해본다면 100-97에서 일부러 카가미의 덩크슛 또는 키요시의 미들을 그냥 허용해주었다면 스코어는 여전히 100-99. 게다가 당시 불과 몇 초밖에 안 남은 상황이었고 공격권 역시 토오로 넘어가게 되므로 그대로 토오의 승리로 끝나는 순간이었다. 슬램덩크의 북산vs해남전서 해남이 경기 막판 "자유투가 성공한다고 해도 여전히 우리의 리드는 변함이 없으니 볼을 돌리기만 하면 승리다"란 생각을 가졌던 것과는 여러모로 대조되는 부분. 이것은 윈터컵 결승 라쿠잔 전에서도 드러난다. 점수차가 나며 시간을 끈다면 충분히 세이린을 저지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해서 공격을 시도하려든 것 때문에 추격의 빌미를 허용한 순간이 많았다. 어디까지나 결과론이긴 하나 막판 4점차가 나는 상황에서 미부치 레오가 휴가 준페이를 그냥 3점을 쏘도록 놔두었다면 여전히 1점차 리드인 상황이고 공격권 역시 넘어가므로 라쿠잔의 승리였을 것이다.[21] 한번에 역전시키면 재미가 없을 것 같아서 상대팀도 한번 넣게 해 주고 그걸 파울 얻어서 역전시키는(...) 전개는 한 번 쯤은 써 볼 수도 있겠지만 너무 남발하니 문제다[22]

그 외에도 등장인물들의 사이즈가 일본 고교농구를 전제로 하더라도 작은 감이 있다. 작중 No.2~3 센터인 키요시와 네부야가 각각 193, 190에 불과한데, 이는 대학~프로농구 기준으로는 상당히 언더사이즈이다. 그 외에 대부분의 빅맨들의 신장대가 끽해야 190 초반대에 몰려있으며, 포인트가드들은 아예 180을 넘는 선수조차 한손에 꼽힌다. 일본 평균신장이 우리나라보다 꽤나 작은걸 감안하더라도 사이즈가 다소 열악하게 설정되어 있는 것.

 

태생적인 한계

처음부터 대립 구도와 상한선을 설정해둔 작품이라는 점도 자주 언급되는 부분.

이 작품은 애초부터 첫 화 및 첫 페이지에서부터 기적의 세대와의 대결이 작품의 메인임을 명시하고 시작했으며 각 캐릭터간의 관계나 떡밥과 파워 밸런스에 이르기까지 모든 요소를 그에 맞춰서 전개해왔기에 그 기적의 세대를 다 이겨버리고 나면 이 작품은 끝이며, 그리고 그것이 작품의 완성도 면에서는 최고의 결말이라는 점에서 아무리 큰 인기를 얻더라도 태생적으로 장기 연재는 하기 힘든 작품이라는 것이다. 이는 <데스노트> 같은 작품이 겪었던 딜레마와도 같은 문제.

물론 이런 점을 단점이라고 할 순 없으며 오히려 그런 부분 덕분에 장점 항목에서 언급한 캐릭터의 밀도있는 묘사와 파워 밸런스 조절이 가능했던 것이지만, 팬의 입장에서는 좋아하는 작품과 캐릭터들을 오랫동안 볼 수 없다는 아쉬움과 함께 역으로 무리한 장기 연재로 인한 작품의 질적 저하에 대한 우려를 동시에 품게 되는 셈이다.

덕분에 과연 윈터컵에서 끝날 것인가, 그 이후로도 연재가 이어질 것인가가 팬들의 관심사가 되었는데 점프 본지에서의 연재는 예정대로 깔끔하게 끝을 맺었고 이후 <쿠로코의 농구 EXTRA GAME> 이라는 타이틀로 후속연재가 이어지게 되었다. 다만 엑스트라 게임이라는 타이틀로 보나 연재하는 잡지의 성향으로 보나 장기적인 정식 연재보다는 애니메이션 3기 방영에 맞춰서 팬서비스 차원에서 단기간 연재하는 것으로 보인다.

 

슬램덩크와의 의도적인 안티테제

본작은 <슬램덩크>의 팬이었던 작가가 "내가 농구 만화를 그리면 반드시 결승전까지는 그리고서 완결을 낼 거야!"라는 마음으로 시작한 작품이다. 어른이 된 후에는 <슬램덩크>가 어째서 거기에서 완결을 낸 것인지 이해하게 됐지만, 어렸을 때만 해도 도저히 납득이 안 됐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이야기의 완결을 결승전으로 생각하고 있던 것은 확실해 보이지만, 윈터컵 결승으로 완결을 낼지 연재를 계속하게 될지는 아직 작가 본인도 잘 모르겠다고 했다. 일단은 세이린이 승리하고서 완결을 지을 예정이지만, 그냥 져버리고 2학년 편으로 넘어가는 것도 괜찮겠다 싶으면 연재를 계속할 계획이라고...는 하지만, 스토리의 전체적인 흐름이나 결승전의 전개로 보면 아무래도 계속할지도 모른다는 말은 일종의 연막이었고, 비록 작품의 마지막 경기인 세이린 VS 라쿠잔 전이 다소 질질 끄긴 했으나 결전이라는 점도 감안해서 봐줄 만하고 결국 쿠로코와 카가미가 1학년으로 작품을 마무리했다. 이 정도면 이미 충분히 장기 연재작에 속한다.

캐릭터 구도도 슬램덩크와 비슷하면서도 표절 문제를 의식했는지 의도적으로 반대로 묘사한 부분이 많다. 북산의 주전은 3학년이 2명이라 올해 내에 승부를 낼 수밖에 없지만 세이린의 농구부에는 3학년이 없기 때문에 여차하면 작가가 마음만 먹는다면 쿠로코/카가미가 2학년이 되는 것까지도 (더불어 신입생을 신 캐릭터로 추가하는 것은 덤) 연재할 수 있었다. 그리고 거칠고 바보 같고 불량스럽고 농구 초보자긴 하지만 축복받은 피지컬을 받은 주인공 강백호와 몇 가지 특별한 기술 외에는 피지컬은 별 볼 일 없고, 게다가 농구 경험자이고 냉철하고 조용한 성격인 쿠로코는 강백호와는 완전 반대 성격인 주인공이다. 그렇다고 제2의 주인공인 카가미를 강백호와 비교하면 큰 키와 붉은 머리는 비슷하지만 불량학생 강백호와 거칠지만 나름대로 자상하고, 멘탈적인 문제도 약간 있고, 농구 스킬이 어느 정도 완성된 카가미와 너무 단순한 성격이라 멘탈적인 문제도 거의 없고 농구 스킬은 100% 초보인 강백호와는 처음부터 의도적으로 180도 다르게 설정한 캐릭터라고 봐도 무방하다. 카가미가 강백호의 오마주 수준인 캐릭터임에는 분명해보이나 성격이나 농구 스킬 부분은 아예 강백호와 의도적으로 180도 다르게 비틀어놓은 캐릭터이다.[23]

어쨌든 쿠로코의 농구는 소년점프에 연재되는 농구 만화라는 점에서 인기로나 완성도로나 스포츠 만화의 전설 취급을 받는 <슬램덩크>와 비교될 수밖에 없다는 점도 이 작품이 가지는 태생적인 운명이라고 할 수 있다. 단점 항목에서 언급된 사항의 태반은 <슬램덩크>와 비교되었기에 두드러진 것이기도 하다.

그러나 단순한 <슬램덩크>의 하위호환에 그치지 않고 차별화에 성공하면서 이 정도로 큰 인기를 얻었다는 점은 높이 살만하다. 팬들도 <쿠로코의 농구>가 <슬램덩크>보다 훌륭하고 잘 만든 작품이라고 생각하진 않지만, <슬램덩크>에는 없는 <쿠로코의 농구>라는 작품만의 매력이 존재한다.

 

슬램덩크 표절논란

표절논란은 쿠로코의 농구/표절논란 항목 참조. 물론 다른 작품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나 오마주라는 것과 표절은 양적으로 다른 문제이고, 위에서 거론되었듯 작가가 의도적으로 슬램덩크를 의식한 작품인 것이 명확한 터라...[24]

쿠로코의 농구가 완결난 뒤 발매된 팬북에 이노우에와 후지마키의 대담이 실린 것을 보면 슬램덩크 작가는 쿠로코의 농구에 표절 시비를 걸지 않고 그냥 넘어가기로 한 것 같다. 해당 인터뷰는 이노우에가 쿠로코의 농구를 칭찬하기도 하는 등 훈훈한 분위기로 진행되었다. 애당초 표절 논란이 계속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지속적으로 슬램덩크를 따라한 것을 보았을 때 점프 편집부의 허락 하에 했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허락 여부와 별개로 개인의 양심문제로써 판단하자면 역시 좋게 보긴 어려운 부분. 애당초 같은 잡지의 작품이라면 이노우에로써는 더욱이 뭐라 하기 어렵지 않겠는가.... 라고 하기에는 일전에 이노우에가 같은 출판사의 잘 나가던 작가 하나를 슬램덩크 트레이싱건으로 만화계에서 완전히 매장시켜 버릴뻔한 무서운 전적이 있긴 하다

 

작품의 테마에 대해서

상술된대로 이 작품의 기본 설정은 절대적인 재능과 개인기를 자랑하는 기적의 세대에 맞서서 모두의 협력을 중시하는 세이린이 노력하면서 도전해나가는 스토리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알고 보면 세이린이 그들과 맞설 수 있는 것은 노력해서 성장한 덕분도 있지만 결국은 어디까지나 쿠로코와 더불어 기적의 세대와 동격의 재능을 가진 천재인 카가미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덕분에 작중에서도 기적의 세대와 싸우며 카가미의 재능이 개화될수록 카가미의 비중이 지나치게 높아지는 경향이 있으며, 그 때문에 모두의 노력이나 팀 플레이 같은 말들이 무색하게 느껴지거나 심지어 주인공인 쿠로코의 비중이 떨어지는 사태까지도 벌어진 적도 있었다.

단적으로 말하자면 작중에서 노력과 팀워크의 가치가 아무리 중요시되어도 결과적으로는 기적의 세대를 제외한 다른 캐릭터들이 노력으로 일궈낸 것들은 압도적인 재능의 격차 앞에서는 속절 없이 무너져내리며, 그런 재능에 대항할 수 있는 건 동급의 재능뿐이다. 결국 작품 초반부터 두고두고 명시되는 기적의 세대는 기적의 세대로만 상대할 수 있다는 설정 자체가 절대적인 재능 앞에서 노력의 힘은 무의미하다는 의미가 된다. 덕분에 "결국 재능빨이면 다냐?"는 비판도 적지 않은 편.[26] 아이러니한 것은 이런 부분에서 주인공인 카가미보다 주인공이 아닌 다른 기적의 세대 일원들이 오히려 더욱 팀워크를 중시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물론 이것은 아군이 된 적군 보정처럼 개심 과정을 부각하는 소년 만화적 기법이지만, 이로 인해 상대적으로 점점 가속화돼 가는 카가미 원맨 플레이가 상대적으로 비판받게 되었다.

허나 리얼하다고 볼 수 있는 것이 실제로 농구라는 스포츠 자체가 원래 그렇다(…) 물론 재능이 있는 자가 압도적으로 유리한 건 어느 스포츠든 마찬가지지만, 농구는 경기 자체의 매커니즘상 그 정도가 심한 편이다. 특히 그 재능에 있어서 타고난 신체 조건 및 운동 능력이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인데다, 구기 종목중 선수 숫자가 가장 적으면서 공수전환이 가장 빠르고 득점이 많은 스포츠라는 특성상 전술이나 팀워크로 그 격차를 좁히기 어렵고, 역으로 전술과 팀워크를 만드는데 재능의 의존도가 가장 높은 종목 중 하나가 농구다. 단체 경기인 주제에 단 한명의 에이스의 1:1 상황을 만들어주기 위해서 다른 팀원들이 자리를 비켜주는 전술이 존재한다. [27] 그만큼 강력한 선수 한명의 가치가 크다.[28] 그래서인지 현실 농구에 빠삭한 독자들과 농구에 문외한인 독자들의 반응이 정말 극단적으로 다르다.[29]

애시당초 이 작품은 재능의 가치와 개인기의 중요성 자체를 부정하는 게 아니다. 이 작품에서 부정하고 비판하는 것은 어디까지나 개인의 힘에만 치중해서 팀을 무시하는 독선, 그리고 그와 반대로 절대적인 격차에 의욕을 잃고 포기해버리는 것이지 오히려 작품 전반에 걸쳐서 팀워크도 개인의 기량이 받쳐줘야 의미가 있다는 언급 등을 통해서 개개인의 역량의 중요성을 상당히 강조하고 있다.

카가미의 역량이 부각되는 점 역시 카가미는 단순한 동료가 아닌 쿠로코와 함께 투탑 주인공인 동시에, 똑같이 압도적인 재능을 가졌으면서도 자신의 힘만을 믿는 독선적인 플레이로 빠져버린 기적의 세대들과는 대비되는 존재로서 쿠로코가 추구하고자 하는 '쿠로코의 농구'가 무엇인지를 보여주는 캐릭터이므로 비중이 많은 건 사실 당연한 일이다. 이 점은 슈토쿠와의 1차전에서 폭주(?)하는 카가미에게 쿠로코가 수정펀치를 먹이는 장면에서도 잘 드러난다. 의외로 이를 잘 모르는 독자들이 상당히 많다. 한 때 카가미를 엄청 디스하던 독자들의 상당수가 이러한 독자들이었다. (다만 기적의 세대가 연재분 226Q에서 최악의 사고를 터트린 후 카가미와 세이린이 재평가되어서 지금은 별로 없다.)

결국 이 작품의 테마는 단지 모두가 함께 하기만 하면 이길 수 있다는 이상론이나 재능의 가치 자체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재능의 차이라는 현실을 인정하면서도 좌절하지 않는 마음과 팀워크와 노력을 통해서 그것을 극복해나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우정, 노력, 승리"라는 소년 점프의 표어와도 일맥상통하는 부분.[30] 만일 이 만화가 재능의 가치를 인정하지 않는, 혹은 폄하하는 만화라면 '좌절한 쿠로코가 지옥훈련 끝에 기적의 세대를 전부 뛰어넘는 실력을 가지고 우승'이라는 전개가 된다.

또한 기적의 세대 같은 천재들은 고사하고 신체 조건과 개인기가 뛰어난 용병들에게 주역 자리를 완전히 내주다시피 한 현실의 한국이나 일본의 농구계를 생각해보면 작중에서 기적의 세대의 압도적인 힘에 의욕을 잃는 선수들이나 외국인 유학생에게 기대어서 쉽게 이기려드는 신쿄 고등학교의 모습은 상당히 의미심장하고 상징적인 부분이기도 하다. 실제로 현재 일본의 학생 농구는 외국인 유학생들에게 점령당한 상태이며 일본의 양대 프로 리그 중 하나인 BJ 리그의 경우 팀당 용병 보유 숫자가 4명(비 아시아인 3명, 아시아인 1명)이라서 코트 위의 선수 10명 중 흑인만 6명이 뛰는 광경이 당연한 일상이다(…) 한국 역시 외국인 선수의 프로농구 항목을 보면 외국인 선수에게 점령당한 리그라는 평가가 붙어있다.

다만 점프 만화답지 않게 작가가 떡밥을 다소 소심하게 투척하는 경향이 있다보니 이러한 테마가 잘 느껴지지 않는지라, 결국 이 작품의 테마를 '농구를 할 때는 상대방의 실력이 떨어지더라도 리스펙트하면서 즐겁게 플레이합시다' 정도로만 이해해버리는 독자들이 많다. 그래도 고연령층 독자들은 비교적 이해를 잘하는 편.

 

총평

작화 등에서 부족한 점들도 많지만 그동안의 점프 스포츠 만화에서 보기 힘든 복수를 메인으로 한 특유의 주제 의식, 개개인의 성장, 인물 간의 갈등과 이해를 풀어나가는 스토리 텔링으로 상당한 인기를 끌었다.

우선 미형의 캐릭터들을 다수 포진하여 주목도를 얻었고, 농구를 잘 모르는 독자들도 선수 각자가 가지고 있는 필살기에 집중할 수 있도록 경기 진행을 만들어서 스포츠 지식이 없이도 술술 읽히는게 편한 점이다. 성장이나 우연에 의한 파워업 등도 드래곤볼식 배틀물 진행을 따와 이 장점은 애니화가 되면서 시너지를 받아 Production I.G 짬에서 나오는 높은 비주얼과 화려한 성우 캐스팅으로 엄청난 인기를 구가하게 되는 원동력이 되었다.

반면 서사의 수준을 따지면 그 저변에 중2병이 짙게 깔려있고, 구조 또한 단순하다. 그 때문에 각 챕터에 중심이되는 인물 한 명 한 명에게 분량이 할당하여 이야기를 푸는 방식을 선택했는데, 전체적인 농구 경기의 진행보다는 특정 캐릭터가 과거에 어떤 일이 있었고 무슨 필살기를 쓰는가에 중심을 두고 진행된다. 때문에 농구 진행상황은 때때로 중간에 스킵되는 경우가 많으며, 어떤 팀이 어떤 필살기를 가지고 있는 선수로 어떻게 득점하였는가가 중점이 된다. 그렇기 때문에 쿠로코를 제외한 기적의 세대는 전부 스코어러인데다 포지션의 중요성은 종종 무시되는 편이고, 스포츠물 보다는 능력자 배틀물에 가까운 정서를 갖고 있다. 농구의 포지션과 게임의 흐름, 개인보다는 단체의 전략을 강조한 슬램덩크와는 정반대의 성향을 달리고 있기 때문에 위에서 언급했듯 의도적인 안티테제라고 봐도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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